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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사용된 통장명의자에 대한 법적 책임

2017.11.22

오늘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통장명의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살펴보겠습니다.

■ 전화금융사기, 일명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가 범행에 이용된 통장명의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떠한 경우일까.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하여 돈을 송금한 피해자가 과연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통장의 명의자에 대하여 부당이득금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와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실제 직접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로부터 피해 변제를 받기 어려운 피싱 범죄의 피해자들로서는 범죄자에게 통장을 제공하여 해당 통장을 통해 송금받은 돈이 부당이득이라는 점을 근거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검토하거나, 범죄를 용이하게 하거나 공모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검토하게 됩니다.

■ [사례]

A는 2011년 9월 검찰청 검사를 사칭하는 인물로부터 은행계좌가 사기 사건에 이용돼 확인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자신의 계좌에서 B 명의 계좌로 600만원을 이체하였습니다.

이 때 B는 이미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자신의 통장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게 넘긴 상태였습니다.

A가 B 명의 통장에 이체한 돈은 대부분 인출돼 5,000원이 남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A는 B를 상대로 자신이 송금한 600만원을 돌려달라며 B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해설]

1심은 "A가 계좌이체를 했을 때 B는 이미 자신의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뒤였고 보이스피싱 범행에 따라 즉시 인출됐다"며 "A가 B 계좌로 돈을 이체했다는 것 만으로 B가 예금 만큼의 이득을 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통장의 양도가 금지돼 있는데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건넨 점, 보이스피싱이 횡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B가 범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통장을 건넴으로써 범죄행위를 방조했기 때문에 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2심은 "A 역시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통장을 넘겼고, 이로 인해 B가 금전적인 대가를 얻었다고 볼 수 없다"며 "B는 계좌에 남아있는 5,000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3심 대법원은 "B가 주민등록증 사본을 넘길 당시 그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설사 B가 주의를 했어야 했다 해도 통장은 이미 A가 사기범에게 속은 후 재산을 처분하는 데 이용된 수단에 불과해 B가 주의를 하지 않은 것과 A가 손해를 입게 된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2심 판결이 맞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12다84707판결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

대법원은 통장 명의자가 통장을 넘긴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해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 하더라도 단지 대출을 받기 위해 통장을 넘겼다고 해서 통장 명의자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 1,2,3심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대부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모두 일치된 견해입니다.

즉 피해자가 B명의 계좌로 송금을 한 것이지만, 송금 직후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 의하여 즉시 인출이 된 것이고, 실제적으로 B가 예금 만큼 이득을 보아 부당이득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계좌에 남아 있는 5,000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선고한 것입니다.

■ 그런데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통장 명의자인 B가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게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는 통장을 제공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 과실이 있느냐는 문제에 대하여 1심은 B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2심과 대법원은 B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다91597 판결 등 참조).

■ 이러한 불법행위 방조에 대한 취지를 감안하여 볼 때, B 또한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통장을 넘긴 것으로, 이러한 경위에 보이스피싱 범죄 행위에 대한 방조의 의사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가 여부는 통장 명의를 준 행위와 범죄 행위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 범위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데 대법원 입장은 계좌 명의자도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통장을 넘겼고,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통장을 넘겼다면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통장 명의자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관련이 되었다고 의심이 되는데도 통장을 넘겼거나, 통장제공에 대한 별도의 대가를 받았다면 이는 공동불법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전화금융사기인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돈을 송금한 피해자분들도 조심을 해야 하지만,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여지가 있는 통장을 넘겨주는 통장 명의자들도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ㅡ전용우 변호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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