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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 약정에서 정한 사유가 정지조건인지 불확정기한인지 여부

2018.05.20

계약에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약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때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아도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A는 건축사업을 추진하던 B와 사업 진행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출자하고 사업상의 이익에 참여하기로 하는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A는 B에게 운전자금을 지급하였습니다.

그 이후 사업진행이 순조롭지 않아 A는 공동사업관계에서 탈퇴하면서 ‘스폰서가 영입되거나 사업권을 넘길 경우나 사업을 진행할 때’에 자신이 지급하였던 출자금을 반환받기로 하는 청산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B는 A에게, ‘스폰서가 영입되거나 사업권을 넘길 경우나 사업을 진행할 때’라는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출자금 반환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A는 B로부터 위와 같은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계속 출자금을 반환 받지 못하는지가 문제된 사례입니다.

■■[해설]

법률에서는 조건과 기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조건이라고 함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의 성취 여부에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조건 중 조건이 성취되면 비로소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는 조건이 정지조건이라 합니다. 이와 반대로 이 발생하였던 법률행위의 효력이 소멸하는 조건을 해제조건이라고 합니다.

기한이라고 함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 발생한 것이 확실한 사실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을 말합니다. 이 기한 중에 그 도래시기가 확정된 것을 확정기한이라고 하고, 도래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것을 불확정기한이라고 합니다. 불확정기한도 도래할 것은 확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성부 자체가 미확정인 조건과 다릅니다.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 그 부관의 법적 성질이 정지조건인지 불확정기한인지가 문제가 되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공동사업관계를 탈퇴하면서 체결한 청산약정에서 출자금반환의무의 성립과 관련하여 붙인 부관의 법적 성질을 정지조건이 아닌 불확정기한으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부관에 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약정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그 출자금반환의무가 성립한다고 해석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9. 5. 14.선고 2009다16643 판결[투자금반환]).

이 사건에서 A는 동업에 따라 출자금을 지급하였는데, B가 ‘스폰서가 영입되거나 사업권을 넘길 경우나 사업을 진행할 때’라는 사유를 일부러 진행하지 않거나 상당한 기간 이러한 사유가 생기지 않는 경우에, A가 돈을 받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A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불합리한 해석이 될 것입니다.

이 사건 부관의 법적 성질을 거기서 정하여진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언제까지라도 A의 투자금을 반환할 B의 의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정지조건이라기보다는, 이를 불확정기한으로 보아 A가 금전반환의무는 위의 약정사유가 발생하는 때는 물론이고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는 때에도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실무를 처리하다보며면, 정지조건지 아니면 불확정기한 인지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불확정기한으로 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즉 변제를 유예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다.

ㅡ전용우 변호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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