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시효중단을 목적으로 10년 후 동일한 소송 제기
2018.09.13
확정된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 소멸시효가 10년이 됩니다. 10년 후에 다시 시효중단을 목적으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아 소멸시효가 10년 연장을 계속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10년 뒤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대법관의 소수의견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례]
서울보증보험은 1995년 12월 B와 자동차할부판매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가 할부금을 납부하지 않자 서울보증보험은 자동차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한 후 B와 연대보증인인 C를 상대로 구상금소송을 제기해 1997년 4월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은 두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했고, 세월이 흘러 10년이 지나 2007년 소멸시효까지 만료될 처지에 놓이자 C를 상대로 다시 이전과 같은 취지의 구상금청구소송을 제기해 이행권고결정을 확정 받았습니다.
이후로도 돈을 받지 못하자 서울보증보험은 2016년 8월 시효연장을 위해 다시 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해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서울보증보험㈜이 C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청구소송에서 시효연장을 위한 소송제기가 가능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에서는 판결의 기판력이라는 것이 있어서 똑 같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기판력 위반으로 허용이 안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1987년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제기된 동일한 내용의 소가 중복제소금지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도과가 임박하여서 강제집행의 실시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다면, 그 이전에 강제집행의 실시가 가능하였던가의 여부에 관계없이 시효중단을 위하여는 동일내용의 재판상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므로 확정판결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효중단을 위한 동일내용의 소에 대하여 소멸시효완성 내지 중복제소금지 규정에 위반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다카1761 판결 [대여금]).
이번 사건에서도 이같은 기존 입장을 변경해 재소를 불허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습니다(대법원 2018. 7. 19.선고 2018다22008 [구상금]).
대법원은 다른 시효중단 사유인 압류나 승인의 경우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있지 않는데 유독 재판상 청구의 경우만 1회로 제한돼야 한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없다면서,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 하더라도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제도를 통해 이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 벗어날 수 있는 이상, 채권자에게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는 것이 균형에도 맞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자가 원고승소의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된 때로부터 10년의 경과가 임박해 제기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있고 이를 전제로 한 채권자의 소송제기는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김창석·김신·권순일·박상옥 대법관은 채권은 상대적 권리로서 '소멸'을 전제로 하는데, 채권이 만족될 때까지 시효소멸을 방지해야한다는 입장은 채권의 본질에 어긋난다며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는 것은 채권의 소멸과 소멸시효 제도를 두고 있는 민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는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이들 대법관은 또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할 경우 각종 채권추심기관의 난립과 횡행을 부추겨 경제적 약자가 견뎌야 할 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는 사회적 문제도 따르게 된다며 종전 대법원 판례는 변경되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재소를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10년 동안 채무자 재산에 대한 압류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킨 수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굳이 10년 뒤, 10년 뒤 계속 중복제소를 인정해야 할 것은 아니지 않을 까 싶습니다. 비유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죽이는 살인의 경우에도 공소시효가 지나면 처벌을 못하는 형사소송법의 법리도 있는데, 채무자가 빚을 못갚는다고 10년 마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소멸시효제도를 두고 있는 민사소송법의 법리와 맞는지 의문입니다.
ㅡ전용우 변호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