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태아에 대한 상해 보험금소송
2019.06.12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는 태아보험이라고 홍보해 임신·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를 보장하는 것처럼 했다가 정작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자 태아는 피보험자 적격이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례를 보겠습니다.
■■사례■■
A는 자녀가 출생하기 5개월 전 시점에 수익자를 A씨, 피보험자를 태아로 하는 일명 태아보험이라는 '어린이 CI보험계약'을 보험사와 체결하였습니다.
보험 청약서 피보험자란에 ‘태아’라고 명시적으로 기재가 되었고, 보험계약 체결 당일 제1회 보험료를 납부 하였으며, 보험증권에 보험기간 개시일을 보험계약 체결일이자 제1회 보험료를 지급받은 날짜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보험의 특별약관에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A씨는 2012년 1월 자녀를 출산하는 분만 과정에서 뇌손상으로 아이가 영구 장해진단을 받았습니다.
A는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보험사는 A를 상대로 사람은 출생시부터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분만 중인 태아는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며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해설■■
첫번째로,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것이 가능한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하여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합니다.
태아는 엄격히 법적으로 보면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태아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 맞지만,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두?번째로, 보험사는 보험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생 후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보험사와 A씨는 약관 내용과 달리 약정해 보험약관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보험사와 A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대상자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되는 A씨의 자녀가 태아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료를 지급해 보험기간을 개시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3. 28.선고 2016다211224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위 사례는 결국 보험의 특별약관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에 태아를 피보험자로 삼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다고 보고 피보험자의 지위에 있는 태아가 분만 과정에서 뇌손상으로 장해진단을 받은 경우 원고에게 보험금 지급의무가 인정되었습니다.
태아보험 뿐만 아니라 보험사가 보험을 팔 때는 마치 문제가 생기면 보험금이 지급될 것처럼 판매를 하고, 사고가 발생하여 지급해야 할 때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면서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꼭 필요해 보입니다.
ㅡ전용우 변호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