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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대금]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

2019.07.18

실제 물품 거래를 하다보면,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는 사람과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명의를 빌려 사업하는 사람과 거래를 하는 경우 물품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례■■

A는 B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사이입니다.

B는 '○○글로벌'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업체인데, 사업자 명의는 C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

A는 B와 거래하면서 C명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왔습니다.

A는 C에게 물품대금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을 이를 기각하였습니다.

■■해설■■

이러한 물품대금청구소송의 경우 C가 명의대여자로서 책임을 지는지가 문제가 되는 사안입니다.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습니다(상법 제24조).

● 상법 제24조(명의대여자의 책임)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거래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책임이 없으며, 명의대여사실을 모르고 있어도 모른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바, 이때 거래의 상대방이 위와 같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한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면책을 주장하는 명의대여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10512 판결 참조).

법원은 이 사례에 있어, A는 B의 요청으로 물품을 공급하였고, 물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C와는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없으며, C는 명의를 빌려달라는 B의 요청으로 자신 앞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기는 하였으나 영업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물품거래의 당사자는 C가 아니라 B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① A는 이 사건 거래 시작 당시나 이 사건 거래기간 동안 C를 만난 적이 없고 연락을 한 적도 없는 점, ② A는 B를 ‘사장님’이라고 호칭하면서 이 사건 물품거래와 관련하여 B와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등을 주고 받았던 점, ③ A는 계좌 명의나 사업자명의가 B가 아닌 C로 되어 있는 것과 관련하여, B와 C가 부부관계라고 생각하여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는 B가 C로부터 사업자등록 명의를 차용하여 이 사건 물품을 공급받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만약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등록 명의가 C로 되어 있는 것에 대해 B에게 확인을 하는 등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위 명의대여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명의대여사실을 모른 데 중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A의 C에 대한 물품대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9. 5. 23. 선고 2018나314910 판결 [물품대금]).


사실 다른 사람의 사업자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많으며, 이렇게 사업자명의를 빌려 사업하는 사람과 거래를 하는 경우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하는 경우 명의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명의대여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명의대여사실을 약간의 주의만 기울여도 알 수 있는데 몰랐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조심해서 거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명의대여자들에게 이렇게 면죄부를 주다보니 우리나라가 사기공화국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명의를 대여하여 불법을 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았으니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피해를 청구하면 안된다는 판결로 들려 납득하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ㅡ전용우 변호사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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