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부존재확인소송] 딸이 아버지 신분증을 이용해 서류를 위조해 대출을 받은 경우
2017.07.21
■ [사안]
딸이 인터넷을 이용하여, 대부업체에 아버지 명의로 대출신청을 한 후 아버지의 주민등록초본, 신분증 사본 등을 팩스로 송부하였고, 대부업체로부터 대출거래계약서 양식을 받아 아버지의 성명을 기재하고 서명하는 방법으로 대출계약서를 위조해 아버지 명의 계좌로 500만원을 입금 받는 수법으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같은 수법으로 다른 대부업체 두 곳에서 2000만원과 1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습니다.
이러한 경우 명의를 도용당한 아버지가 대출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지 만약 아버지가 위 대출금의 이자를 일부 갚았다면 대출금을 갚아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지.
■ [해설]
법에서는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봅니다(민법 제130조).
위 사안에서도 딸이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권한을 위임받지 않고 아버지 신분증을 이용해 서류를 위조하였다면 이러한 딸의 행위는 민법 제130조에 의한 무권대리에 해당하고 명의를 도용당한 아버지는 대출금을에 대하여 책임이 없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무권대리 행위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이를 추인하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추인’이라 함은 불완전한 법률행위를 사후에 이르러 보충하여 완전하게 하는 일방적인 의사표시를 말합니다.
위 사안에서 딸의 행위는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허락없이 한 무권대리 행위이지만 아버지가 이에 대하여 사후에 인정하는 일방적인 의사표시를 하면 '추인'이 되어서 효력이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딸의 무권대리행위이지만 아버지가 이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추인’의 의사표시를 하면 아버지가 대출금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아버지가 위 대출금 이자를 일부 갚았다면 이를 ‘추인’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법원은 딸의 행위가 무권대리에 해당하고 아버지가 대출금 이자를 일부 갚았더라도 그러한 행위만으로는 무권대리의 추인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위 사안과 같이 딸의 행위를 알게 된 아버지가 딸이 권한 없이 대부업체와 대출계약을 체결했다며 대부업체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089703)에서 아버지가 대출금 채무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한 것입니다.
대부업체는 소송에서 직원이 아버지와 통화해 대출금 채무가 있다고 알려 줬고, 그 이후 아버지가 이자를 입금하는 등 거래를 지속해 딸의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무효행위 또는 무권대리 행위의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행위의 결과가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아버지가 대부업체 직원으로부터 대출금 채무가 있다는 것을 전화로 통지 받고 일정한 기간 대부업체에 대출금 채무의 이자를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같은 사정만으로 아버지가 딸의 무권대리가 있음을 알고 그 행위의 효과인 대출금 채무를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아버지 명의의 대출계약은 딸이 관련 서류를 위조해 대부업체와 체결한 것으로 그 효력이 아버지에게 미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 위 사안과 같이?딸의 위조행위로?명의를 도용당한 아버지가 대출금을 갚아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이는 무권대리행위로 효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아버지가 대출금을 책임지겠다는 정확한 의사표시를 하게 된다면 아버지가 대출금 변제에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이는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으로 딸의 무권대리행위가 아버지의 추인으로 유효한 행위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권대리행위 추인은 그 효과로 대출금 채무를 아버지 자신이 갚겠다는 것이므로 정확한 추인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되고 확인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